마치 공포 영화의 한 장면처럼 첫 장부터 압도하는 그림!
규하 작가의 손길로 한층 더 섬뜩한 인디고만의『지킬 박사와 하이드』
『로미오와 줄리엣』 『눈의 여왕』 『오페라의 유령』 등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일러스트로 언제나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규하 작가. 그의 그림과 함께 읽는 인디고만의 『지킬 박사와 하이드』는 여느 책보다 한층 더 높은 섬뜩한 분위기, 기이함을 선사한다. 인물의 심리를 대변하듯 이야기의 배경이었던 안개 낀 런던, 우중충한 날씨가 잘 표현되었을 뿐만 아니라 하이드가 범죄를 저지르고 도망가는 모습, 지킬 박사가 하이드로 변하는 마법 같은 과정, 두 가지 자아가 투쟁하는 모습 등이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그려졌다. 무엇보다 소설 후반부에서 한 장 한 장 넘어갈 때마다 펼쳐지는 각각의 장면들에서 하이드에게 점점 몸과 마음을 빼앗기고 있는 지킬 박사의 무력감이 강하게 전해진다. 이러한 삽화와 함께 읽는 인디고 『지킬 박사와 하이드』에서는 어느 책보다 로버트 스티븐슨 특유의 공포감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저자 소개
◆지은이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스코틀랜드의 에든버러에서 토목 기사로 성공한 아버지의 외아들로 태어났다. 날 때부터 병약해 요양을 위하여 대륙으로 건너갔다. 그동안에 미국인 페니 오즈본과 사랑에 빠졌고, 미국으로 건너가 그녀와 결혼했다. 1883년 『보물섬』을 발표하여 유명해졌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1886)는 근대인의 분열적 성격을 다루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수작으로 꼽힌다. 말년에 사모아에서 많은 사람의 존경을 받으며 살다가 1894년 뇌출혈로 사망했다.
◆옮긴이 정윤희
서울여자대학교 영문과 번역학 박사 과정을 수료하고, 현재 세종대학교, 청강산업대, 서울디지털대학교, 한국사이버대학교, EBS에서 영어, 소설 번역, 영상 번역, 영문학 등을 강의하고 있다. EBS, OnStyle, MGM, 하나TV 등 공중파 및 케이블 채널과 소니, 디즈니, CJ 엔터테인먼트 등에서 개봉관 외화 번역가와 영화제 번역가로 활동했으며, 현재 번역 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전문 출판 번역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역서로는 『세네카의 화 다스리기』, 『비밀의 정원1, 2』,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악어와 레슬링하기』 등이 있다.
◆그린이 규하
최초의 순정만화 잡지 「르네상스」 신인 코너로 데뷔. 단편 만화와 일러스트 위주의 작업을 해 오다 삼성출판사의 『신데렐라』를 시작으로 동화 일러스트계에 입문했다. 『아라비안 나이트』, 『눈의 여왕』, 『걸리버 여행기』, 『오페라의 유령』, 『로미오와 줄리엣』, 『호두까기 인형』 등이 있다.
목차
1. 문 이야기
2. 하이드를 찾아 나서다
3. 지킬 박사의 태연한 태도
4. 커루 경 살해 사건
5. 편지 소동
6. 래니언 박사의 이상한 태도
7. 창가에서 목격한 사건
8. 마지막 밤
9. 래니언 박사의 이야기
10. 지킬 박사의 진술서
책 속으로
굳게 커튼이 쳐진 어두운 방에서 몸을 뒤척이는 동안 그의 마음속에서 천천히 영사기가 돌아가듯 엔필드가 했던 말이 하나씩 떠올랐다. 어둠 속에 가로등이 나란히 늘어서 있는 모습, 재빠르게 걸음을 옮기는 한 남자, 병원 쪽에서 빠르게 뛰어오는 여자아이, 두 사람이 부딪히고, 잔인하게 아이가 짓밟히고, 비명을 지르는 아이를 내팽개치고 태연하게 걸어가는 괴물 같은 남자의 모습까지. --- p.39
가련한 지킬. 행여 헤어 나올 수 없는 수렁에 빠진 건 아닌지 걱정이군! 젊을 때 워낙 방탕하게 살기는 했어. 꽤 오래전 일이기는 해도 분명 그랬지. 하나님의 법에는 공소시효란 없으니까. 그래, 분명 그런 이유일 거야. 오래전 저지른 죄의 망령, 아니면 과거에 저지른 실수 때문에 암 덩어리가 생긴 거겠지. 아무리 오랜세월이 흘러 기억이 희미해지고 자기가 과거의 잘못을 뉘우쳤더라도 죄에 대한 대가는 천천히 절름거리면서 끝까지 쫓아오는 법이니까. --- p.51
어디서도 그의 가족을 찾을 수 없었고 제대로 된 사진 하나 없었다. 그나마 하이드를 본 적 있는 사람들도 제각기 다른 진술을 했다. 목격자의 진술이 일치하는 딱 한 부분은 생각만 하면 등골이 서...굳게 커튼이 쳐진 어두운 방에서 몸을 뒤척이는 동안 그의 마음속에서 천천히 영사기가 돌아가듯 엔필드가 했던 말이 하나씩 떠올랐다. 어둠 속에 가로등이 나란히 늘어서 있는 모습, 재빠르게 걸음을 옮기는 한 남자, 병원 쪽에서 빠르게 뛰어오는 여자아이, 두 사람이 부딪히고, 잔인하게 아이가 짓밟히고, 비명을 지르는 아이를 내팽개치고 태연하게 걸어가는 괴물 같은 남자의 모습까지. --- p.39
가련한 지킬. 행여 헤어 나올 수 없는 수렁에 빠진 건 아닌지 걱정이군! 젊을 때 워낙 방탕하게 살기는 했어. 꽤 오래전 일이기는 해도 분명 그랬지. 하나님의 법에는 공소시효란 없으니까. 그래, 분명 그런 이유일 거야. 오래전 저지른 죄의 망령, 아니면 과거에 저지른 실수 때문에 암 덩어리가 생긴 거겠지. 아무리 오랜세월이 흘러 기억이 희미해지고 자기가 과거의 잘못을 뉘우쳤더라도 죄에 대한 대가는 천천히 절름거리면서 끝까지 쫓아오는 법이니까. --- p.51
어디서도 그의 가족을 찾을 수 없었고 제대로 된 사진 하나 없었다. 그나마 하이드를 본 적 있는 사람들도 제각기 다른 진술을 했다. 목격자의 진술이 일치하는 딱 한 부분은 생각만 하면 등골이 서늘할 정도로 어딘지 모르게 기형같이 일그러진 얼굴이라는 점이었다. --- p.70
그게 뭔지 콕 집어 설명할 수는 없지만, 나리. 그 사람을 보면 정말 온몸이 서늘하고 오싹해집니다. --- p.113
인간의 의식이라는 자궁 속에서 너무 다른 선악의 쌍둥이가 한 탯줄에 묶여서 투쟁해야 한다니, 이건 인류에게 내려진 가혹한 형벌이 아닌가. 그렇다면 이 두 가지를 어떻게 분리해야 할까? --- p.147
그럼에도 거울 속에 비친 하이드의 추악한 모습을 보면 소름이 끼친다기보다 오히려 반가웠어. 아무리 사악한 모습이라도 이 역시 나 자신의 자연스럽고 인간적인 모습이었기 때문일세. 지금까지 나의 모습이라고 믿고 살았던 불완전하고 분열된 선한 모습보다 지금의 악한 모습이 훨씬 더 나의 영혼을 그대로 담아낸다는 생각이 들었어. --- p.161
생각해 보면 하이드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지 않은가! 악행을 저지르고 실험실이 있는 집으로 도망쳐 약을 제조하고 들이킬 짧은 시간만 있다면, 에드워드 하이드라는 존재는 거울에 어린 김처럼 순식간에 증발해 버리니까. 그리고 그곳에는 어두운 밤, 모든 혐의를 피할 수 있는 지킬 박사가 조용히 책상에 앉아 등불 심지를 다듬고 있겠지.
--- p.158